카니야 식당 도착
드디어 기대하고 기다리던 카니야 식당에 갔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 놓았어요. 금요일 13시 예약을 해서 10분 전에 도착 후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 워낙 인기가 많은 식당이어서 일주일 전에도 예약 가능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미리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입구에 친절하게 메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만 전부 일본어여서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사진이 있어서 어떻게든 유추는 해볼 수 있었네요.
영업시간은 11~15시, 17~22시라고 합니다. 브레이크 타임(15시 시작) 및 영업 종료 1시간 전까지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하면서도 고급진 느낌이었습니다.
식당 한쪽에는 컵과 열쇠고리, 마그넷 등의 기념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올 때 음식과 서비스가 정말 만족스러워서 곰이 대게 집게를 물고 있는 마그넷을 샀는데, 스스키노 거리에 있는 기념품 점에서도 판매 중이었어요. 심지어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착석 및 음식 주문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유카타를 입은 직원들은 무척이나 친절해서 좋았어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해서 유모차는 입구에 두었고, 곤히 자고 있는 아기는 조심스레 옮겼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착석했고, 아기는 조심히 방석 위에 뉘었습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좀 있었는데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아기가 제발 깨지 않기를 바라며 신중하게 메뉴를 골랐습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고르는 네무라는 메뉴를 먹을까 하다가…! 아사리가와라는 좀 더 비싼 메뉴를 골랐습니다. 털게랑 대게 둘 다 먹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때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정말 힘들었는데요, 온갖 방식을 동원하여 대화를 시도했는데 서로 이해를 못해 대화가 길어졌습니다. 결국 한국어가 살짝 되는 직원이 도움을 주어 궁금증을 해소하고 대게와 털게가 들어간 메뉴로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아사리가와는 털게랑 대게 샤부샤부 코스요리입니다. 자세한 코스 내용은 위 사진을 들여다보시면 되어요.
가격은 인당 12,650엔으로 비싸지만 엔저로 인해 다소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털게는 한류성이라 우리나라 고성에서만 잡히는, 몸값이 높아 먹기 쉽지 않은 녀석이라고 하네요. 홋카이도나 러시아 등이 털게 산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참고로 남해안 털게는 다른 종입니다).
아기는 자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귀여운 종이를 깔아서 세팅해 주셨습니다.
아사리가와 코스 식사 후기
첫 음식으로 게두부와 애피타이저가 나왔습니다.
이어서 대게 회가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크리미한 식감이었고, 맛은 전혀 비리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졌습니다.
삶은 털게 반 마리가 나왔습니다. 게는 그렇게 크지 않아도 수율이 좋아서 내용물이 실했어요. 꽃게와 대게랑은 또 다른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기분 탓인지 맛이 고급지게 느껴졌네요.
이렇게 털이 부숭부숭해서 영어로는 Hairy Crab으로 번역됩니다.
남편은 사케를 하나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맛있다고 나중에 하나 더 시켰어요.
드디어 대게 샤부샤부가 준비되었습니다. 채소 위에 대게 다리가 좌르르 깔려 있었습니다. 플레이팅이 예쁘고 고급스러워요.
육수에 채소를 넣고 열심히 끓였습니다. 시간은 좀 걸렸어요.
살짝 익힌 대게 샤브샤브를 건져 간장에 찍어서 먹었습니다. 대게 회처럼 차가우면서 크리미한 식감은 아니고, 따뜻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같은 재료인데 매력이 정말 달랐어요. 남편은 대게 샤부샤부가 더 취향에 맞는다고 했는데, 저는 고르지 못하겠어요. 둘 다 너무 맛있고 좋았습니다.
튀김과 야채절임도 나왔습니다. 카니야에서 쓰는 그릇은 하나같이 다 예뻤어요. 예쁜 그릇에 예쁘게 올려져 있는 음식을 보면 행복감을 느끼는 편이라서 기분이 정말 좋았었어요.
(평소에 예쁜 그릇이나 식기를 쓰는 가게를 만나기 쉽지 않기에, 그런 식당이나 카페를 만나면 접시를 뒤집어보거나 사장님에게 어디서 사셨는지 묻곤 합니다.)
샤부샤부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아기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먹였어요. 삿포로에서 아이랑 같이 식당을 방문할 때면, 꼭 캐릭터 컵(주로 헬로키티나 호빵맨)에 찬물을 담아주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아직 아기 수저와 그릇만 제공하는데 신기했습니다.
샤부샤부를 다 먹고 죽을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정말 맛있었어요. 간이 세지 않아서 아기와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아기가 깬 타이밍이 진짜 시기적절해서, 여행 중 가장 기특했던 순간 1위로 꼽았습니다.
후식으로 유바리 멜론이 나왔습니다. 유바리 멜론은 아주 달고 맛있는 급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나왔던 모든 음식이 하나같이 맛있었고, 직원들은 정말 역대급으로 친절했습니다. 비싸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식사였어요. 엄청 배부르게 먹었지만 자극적이지 않아 속이 부대끼거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삿포로 여행을 간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식점입니다. 역시 예약이 힘든 곳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네요 🙂